HK사설
한국한의원 원장님께서 전하는 글

한의원에 내원하는 회원 중 상당수가 소화불량, 복부 팽만, 잦은 트림, 속쓰림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문제는 여러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증상은 분명 존재한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기능성 소화기질환(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이라 부른다.
주요 질환에는 다음이 있다.
⚫ 기능성 소화불량(FD) : 명치부 답답함, 식후 포만감, 조기 포만감, 속쓰림, 트림, 복부 팽만
⚫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 복통, 설사·변비 반복, 잦은 방귀, 배변 후 불쾌감
⚫ 기능성 위식도 역류질환(GERD) : 속쓰림, 신트림, 흉통, 인후 이물감
⚫ 기능성 변비 : 배변 횟수 감소, 잔변감, 배변 시 과도한 힘
⚫ 담즙역류성 위염 및 장운동 장애 : 구역, 구토, 상복부 통증, 입 안 쓴맛
전체 위장 질환 중 약 60~70%가 기능성 위장질환에 해당하며, 대부분이 신경성 원인과 관련된다.
즉, 내시경이나 초음파에는 이상이 없지만,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져 위장운동이 저하된 상태다.
특히 장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된 직장인, 교사, 의료인, 상담직, 중·장년 여성에게 흔하다.
이 질환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불균형’이다.
기질적 손상보다 자율신경의 부조화, 정신적 긴장, 불규칙한 생활 리듬이 주원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의 운동이 둔해지고 위산과 호르몬 조절이 흔들리며,
결국 위장과 장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난다.
이 증상이 반복되면 식사 자체가 두려워지고 마음이 먼저 지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위완통(胃脘痛)’, ‘비기허(脾氣虛)’, ‘간기울결(肝氣鬱結)’ 등으로 분류한다.
한의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심비상통(心脾相通)’**은 마음과 소화기가 하나의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감정이 억눌리면 간의 기운이 막혀 ‘간기울결’이 생기고, 위의 기운이 역류해 답답하고 트림이 잦아진다.
기운이 약해지면 ‘비기허’가 되어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피로와 냉증이 생긴다.
한방치료의 강점은 바로 이 **‘기(氣)의 회복과 심비의 안정’**에 있다.
침은 교감신경의 긴장을 풀고, 한약은 비위를 강화하며 간의 울체된 기를 순환시킨다.
소화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인삼·백출·황기 같은 보기약을,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에는 시호·향부자·치자를 가감한다.
속쓰림이 심한 경우에는 황련·황금·모려 등 청열약을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본원에서는 위약과 함께 백보위·백보심·내소산·소화재·안심산 등을 처방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침치료가 위장운동을 촉진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며,
위산 분비를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한방치료가 단순한 ‘기분 요법’이 아니라 신경·호르몬·면역체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과학적 통합치료임을 보여준다.
기능성 위장질환이 어려운 이유는 병의 원인이 마음과 몸의 경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병이 아니라고 여기면 증상은 오히려 깊어진다.
이 병은 몸이 아니라 삶의 패턴, 마음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다.
불규칙한 식사, 억눌린 감정,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위장은 가장 먼저 반응한다.
한의학은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본다.
그 속에서 기와 혈,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심신이 안정된다.
기능성 위장질환의 회복은 약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믿고, 천천히,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자연이 준 선물인 한약과 함께,
믿음과 사랑, 긍정의 마음을 가지면 건강은 반드시 회복된다.
이것이야말로 한방이 추구하는 몸과 마음의 조화, 그리고 가장 오래된 치료의 길이다.